[길섶에서] 삼짇날 공릉천/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삼짇날 공릉천/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16-04-11 18:04
수정 2016-04-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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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을 핥고 온 회색의 뻘물이 빠른 속도로 치올라 온다. 빠른 걸음 정도가 아니라 거의 달리는 속도이다. 서해의 밀물이 만조를 이뤄 한강 하구를 거슬러 공릉천을 따라 밀려오는 것이다. 개펄이 모두 물에 잠겼다. 날짜를 짚어 보니 음력 3월 3일(양력 4월 9일) 삼짇날이다. 서해안 물때표를 찾아보니 간만의 차이가 심한 사리 가운데서도 대사리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경기 북부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한 것을 보면 분명히 봄은 왔건만, 이른 아침 바람은 세고 차다. 바람을 몰고 오는 영동할미도 음력 2월이 지나면 맥을 못 춘다고 했는데, 아직도 봄을 시샘하는가 보다. 예부터 삼짇날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동면하는 개구리와 뱀이 땅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안개 자욱한 강물에선 쇠오리 떼들이 북쪽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듯 열심히 자맥질을 한다.

제방 길을 걷다가 길섶에서 애도용 검은 리본만 한 작은 전단을 발견했다. “○○○당 흡혈귀무리 … 낙선시키자” 운운하는 내용이었다. 북한에서 4·13 총선을 겨냥해 날려 보낸 것이 분명했다. 온 천지에 봄은 왔는데, 남북 간에는 언제쯤 얼음이 깨질 것인가.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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