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든 꽃나무/강동형 논설위원

[길섶에서] 시든 꽃나무/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3-15 22:44
수정 2016-03-16 00: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일주일 전 퇴근해 보니 겨우내 애지중지 키우던 꽃나무 하나가 고개를 숙였다. 내일 아침에 물을 줘도 되겠지 했는데 깜박했다. 이튿날 늦은 시간에 물을 줬지만 예전처럼 깨어날 기미가 없다. 지난겨울 이 같은 일이 몇 번 더 있었다. 그럴 때마다 물만 주면 파랗게 살아나곤 했다. 이번에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제때 할 일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이나 물을 주고 있지만 시든 잎이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든 꽃나무를 놓아 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3년 전 우리 집에 올 때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지만 주인의 무관심 속에 이름 모를 꽃이 된 게 미안하다. 인터넷을 검색해 이름을 찾았다. 이름은 핫립세이지, 꽃말은 정열의 입술이라고 한다. 강한 볕을 싫어하고 수분을 좋아한다는 특성을 인제야 알았다. 화분을 들여놓으며 가족들에게 책임지겠다며 큰소리친 것부터 부끄럽다.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기적을 바라며 혼자 속을 태우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화분을 밖에 내놓을 날을 손꼽으며 가족들에게 자랑할 생각부터 했었다. 그래서 시든 꽃나무에 대한 미련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3-16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