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첫눈/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첫눈/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5-12-03 23:24
수정 2015-12-04 00: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이른 아침 눈을 뜨니 창 밖엔 흰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김광균 시인의 은유처럼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인 양 말이다. 유난히 가물었던 올 하반기에 온 눈다운 눈이었다. 사실상 서울의 첫눈이다.

시인은 ‘설야’에서 눈 오는 광경을 “먼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살짝 관능적으로 표현했다. 시인이 아니라도 함박눈을 만나면 누구나 가슴이 설레기 마련이다. 하긴 첫눈이 올 때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청춘이고, 눈 치울 걱정부터 하면 늙어가는 증좌라는 말도 있다. 출근길 걱정이 슬쩍 드는 걸 보니 나도 후자에 속한다는 객쩍은 생각도 해 봤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교 시절 읽었던 김진섭의 명수필 ‘백설부’의 한 구절을 떠올리면서. 그는 “부드러운 설편이 생활에 지친 우리의 굳은 얼굴을 어루만지고 간지를 때” 우리는 온화하게 된 마음과 인간다운 색채를 띤 눈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 바로 그런 눈으로 “이웃 사람들에게 경쾌한 목례를 보내게 된다”는 그의 말대로, 첫눈이 준 환한 기운을 올겨울 내내 만나는 이들과 함께 공유해야 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5-12-04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