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갔는데, 시작 전에 참석자들끼리 점심을 같이 먹게 됐다. 일본 사람이 절반쯤 됐다. 명함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약간은 어색한 듯했다. 근데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분이 온 뒤부터는 경직된 분위기가 슬슬 풀렸다. 이분은 좀 늦게 오는 바람에 맨 나중에 자기소개를 했다. “이렇게 찾기 어려운 곳인 줄 알았으면 ‘어제’ 와 있었을 텐데…”라며 능청을 떨었다. 살짝 웃는다. 이어 누군가 ‘식사’(食事)를 하자는 말에 “밥 먹으면 죽잖아요”(食死)라고 조크했다. 또 웃어넘긴다. 근데 여기서 끝내질 않는다.
“중국, 일본, 한국 요리의 차이점이 뭔 줄 아세요”라고 묻는다. 시선이 쏠리자 답한다. “중국 요리 솜씨는 불끝에, 일본은 칼끝에, 한국은 손끝에 달렸지요. 불맛, 칼맛, 손맛이란 얘깁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표정들이다. 처음엔 실없다고 여기던 참석자들의 얼굴이 확 펴진다. 그런 유머와 익살은 세미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간혹 진지함을 양념으로 넣기도 했다. 천부적인 재능인지는 몰라도 노력 없이 될 수 없는 내공이 숨어 있었다. 그의 맛깔스런 언어 구사와 익살이 부러움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중국, 일본, 한국 요리의 차이점이 뭔 줄 아세요”라고 묻는다. 시선이 쏠리자 답한다. “중국 요리 솜씨는 불끝에, 일본은 칼끝에, 한국은 손끝에 달렸지요. 불맛, 칼맛, 손맛이란 얘깁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표정들이다. 처음엔 실없다고 여기던 참석자들의 얼굴이 확 펴진다. 그런 유머와 익살은 세미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간혹 진지함을 양념으로 넣기도 했다. 천부적인 재능인지는 몰라도 노력 없이 될 수 없는 내공이 숨어 있었다. 그의 맛깔스런 언어 구사와 익살이 부러움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11-14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