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하철 통화/김성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지하철 통화/김성수 논설위원

김성수 기자
입력 2015-10-30 23:08
수정 2015-10-31 0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그러게 말이야. 걔 정말 미친 거 아니니? 하! 하! 하!”

벌써 20분이 훌쩍 넘었다. 30대 초반인 듯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끝없이 수다를 떤다. 지하철 2호선 출근길에서다.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 혼자만 떠든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다. 금세 끊을 것 같지도 않다. 참다못한 몇몇이 그녀가 서 있는 문쪽을 힐끔힐끔 흘겨본다. 불쾌한 표정과 함께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전화에 대고 자기 할 말만 주욱 더 해댄다.

이게 뭐지, 아침 댓바람부터. 슬슬 부아가 치민다. 시시껍적한 남의 사생활 얘기나 억지로 미주알고주알 다 듣고 있어야 하나. 한마디 해 볼까. 몇 번을 망설이다 말았다. 괜한 싸움으로 번질까 봐 ‘소음공해’를 견디는 쪽을 택했다. 참고 있자니 피곤한 출근길이 더 고역이다. 때마침 미리 짠 것처럼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타인에게 방해가 되니 휴대전화 통화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다.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어쩌나. 정작 방송을 들어야 할 사람은 하나도 듣지 않고 있다. 전화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 이름 모를 ‘출근길 폭군’은 남과 더불어 사는 기본부터 배우길!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2015-10-31 23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