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에 잠깐 있을 때의 일이다.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옆 차선에서 립스틱을 짙게 바른 백발의 할머니가 지붕을 접은 빨간 색상의 컨버터블을 몰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음악 소리는 옆을 지나는 차에서도 들릴 정도로 요란했다. 깜짝 놀랐다. 옆 좌석에 앉은 지인이 웃으면서 “저분은 젊었을 때 그렇게 타 보고 싶었던 차를 사서 기분을 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얼마 전 대학 총장을 마치고 ‘백수’가 된 분을 만났다. 근황을 묻자 오전에는 자동차정비학원에 다니고 오후에는 플루트를 배우러 다닌다고 했다. 평생 꼭 한번 배우고 싶은 것을 하니 신바람이 난다며 좋아했다. 자동차정비사 자격증도 딸 것이라고 공언했다. 회사의 CEO 출신인 또 다른 지인은 요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곳저곳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더러 마을버스도 타고 걷기도 하면서 세상을 다시 본다고 했다. 여건이 되면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취미 삼아 그렇게 살아 볼 것이라고 했다.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버킷 리스트가 꿈틀거리는지 자문해 본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얼마 전 대학 총장을 마치고 ‘백수’가 된 분을 만났다. 근황을 묻자 오전에는 자동차정비학원에 다니고 오후에는 플루트를 배우러 다닌다고 했다. 평생 꼭 한번 배우고 싶은 것을 하니 신바람이 난다며 좋아했다. 자동차정비사 자격증도 딸 것이라고 공언했다. 회사의 CEO 출신인 또 다른 지인은 요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곳저곳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더러 마을버스도 타고 걷기도 하면서 세상을 다시 본다고 했다. 여건이 되면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취미 삼아 그렇게 살아 볼 것이라고 했다.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버킷 리스트가 꿈틀거리는지 자문해 본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07-24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