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팁 줄 돈이 없어서/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팁 줄 돈이 없어서/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05-12 18:02
수정 2015-05-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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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면 팁을 안 준다. 하지만 누군가 몸을 열심히 움직여서 나를 위해 봉사한다면 그럴 때는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안 줘도 그만이니 먼저 팁을 줄까 말까를 망설이게 된다. 주기로 결정해도 다음 고민이 남아 있다. 얼마를 줄까?

그럴 때면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의 얘기가 떠오른다. 그가 어느 날 스승인 후카미에게 초밥을 먹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안가.”, “왜요?”, “팁 줄 돈이 없어.” 다케시의 스승은 초밥집에 가면 주인 한 사람, 젊은 종업원 두 사람에게 각각 팁으로 1만엔씩을 줬다고 한다. 초밥값이 1만엔이니 4만엔이 있어야 초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팁을 줄 여건이 안 되면 밥을 먹으러 안 갔단다.

팁도 직접 주지 않고 지갑을 다케시한테 건네주면서 주게 했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이 가게를 나간 뒤 그렇게 하라고 했다. 면전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 싫어서다. 팁 없어 밥집 못 가는 후카미를 누군가는 ‘폼생폼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제자는 ‘멋있는 어른’이라고 존경했다. 요즘 살기가 각박해서인지 그런 어른 찾기가 쉽지 않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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