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위 등으로 청와대 주변의 불심검문이 강화됐다는 얘기를 들으니 청와대 바로 옆에서 살던 때가 생각난다. 1980년대다.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한 친구가 “야, 친구 집에 놀러 오는 데도 신분증을 갖고 다녀야 하냐”고 한참 열받아 했다. 낯선 사람이 출동하자 집 앞 골목길에 서 있던 사복 경찰이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던 거였다. 사실 그 얘기를 들을 때까지 몰랐다. 우리 가족을 비롯해 동네 이웃들이 경찰의 ‘감시’ 아래 있다는 것을….
그 보이지 않던 감시의 눈길은 집수리를 하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2층 보일러를 고치기 위해 구들장을 다 뜯어내야 했는데 경찰이 공사 기간 내내 집에 왔다. 청와대가 지척에 있다 보니 혹여나 공사를 하면서 폭파물 등을 설치하지 않을까 감독하는 거였다. 군부 독재 시절이니 대통령을 동네 이웃 주민으로 둔다는 것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살벌함이 있었다.
하지만 동네 곳곳에 경찰이 2명씩 짝지어 경계근무를 하는 바람에 도둑은 얼씬도 못 했다. 동네 전체를 감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둑까지 잡아 주는 셈이 됐다. 80년대 두 얼굴의 경찰이 마주하던 곳이 바로 청와대 옆 동네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그 보이지 않던 감시의 눈길은 집수리를 하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2층 보일러를 고치기 위해 구들장을 다 뜯어내야 했는데 경찰이 공사 기간 내내 집에 왔다. 청와대가 지척에 있다 보니 혹여나 공사를 하면서 폭파물 등을 설치하지 않을까 감독하는 거였다. 군부 독재 시절이니 대통령을 동네 이웃 주민으로 둔다는 것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살벌함이 있었다.
하지만 동네 곳곳에 경찰이 2명씩 짝지어 경계근무를 하는 바람에 도둑은 얼씬도 못 했다. 동네 전체를 감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둑까지 잡아 주는 셈이 됐다. 80년대 두 얼굴의 경찰이 마주하던 곳이 바로 청와대 옆 동네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3-27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