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TV 보기로 소일했다. 오락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이른바 여행 리얼리티의 인기는 여전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찾아간 프로그램에서 어김없이 등장한 장면은 물건값 깎기였다. 출연자들은 갖가지 애교를 동원해 결국 헐값에 먹거리를 구입하곤 했다. 주어진 경비가 매우 적다는 설정이니 이것도 여행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재미의 하나라고 생각했나 보다.
동남아 특정 지역을 소개하며 ‘물건값을 절반 깎아 놓고 흥정하는 것이 좋다’고 써 놓은 여행 안내서도 본 적은 있다. 그런데 대도시도 아닌 궁벽한 시골 동네에서까지 무리하게 에누리하는 모습은 재미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국적 기업의 음료나 맥주는 거의 부르는 값을 치르면서 현지 농민의 달걀이며 채소값은 무지막지하게 후려치는 장면은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에누리’에는 ‘값을 깎는 일’ 말고도 ‘받을 물건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출연자 얼굴에는 ‘깎는 재미’가 가득했지만, 현지인의 표정에서는 ‘깎아 주는 재미’를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동남아 특정 지역을 소개하며 ‘물건값을 절반 깎아 놓고 흥정하는 것이 좋다’고 써 놓은 여행 안내서도 본 적은 있다. 그런데 대도시도 아닌 궁벽한 시골 동네에서까지 무리하게 에누리하는 모습은 재미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국적 기업의 음료나 맥주는 거의 부르는 값을 치르면서 현지 농민의 달걀이며 채소값은 무지막지하게 후려치는 장면은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에누리’에는 ‘값을 깎는 일’ 말고도 ‘받을 물건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출연자 얼굴에는 ‘깎는 재미’가 가득했지만, 현지인의 표정에서는 ‘깎아 주는 재미’를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2-24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