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우로보로스/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우로보로스/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1-23 00:32
수정 2015-01-2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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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속을 나타내는 신화적 생물이 우로보로스(Ouroboros)이다. ‘꼬리를 문 뱀’을 말하는데 그리스어다. 종말이자 발단이 되는 이 꼬리를 문 뱀을 고대 그리스의 지도에서는 세계를 둘러싼 큰 바다에 그려 넣었고, 기독교 그노시스파에서는 세계를 삼켜 버리는 상징으로 숭상하며 부적 등에 그려 넣었단다. 한글로 동그라미, 영어로 ‘O’ 자인 이 우로보로스는 봄-여름-가을-겨울-봄으로 이어지는 순환이자 자연으로서의 어머니, 즉 여성성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힘에 기반한 남성성은 순환이 아닌 직선적 세계관에 기초한다.

1월에 개봉한 SF영화 ‘타임 패러독스’에서도 우로보로스가 나온다. “영원히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이죠”라는 대사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지금의 너를 내가 만들었고, 지금의 나를 네가 만들었지”라고 하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들이 늘 그렇듯이 이 영화도 합리적인 순서를 부여하려고 노력할수록 인과관계가 순환고리에 들어가 빠져나올 수 없다. 시간 여행은 아니더라도 3일 전 장염에 걸리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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