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주차난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주차난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입력 2015-01-13 18:08
수정 2015-01-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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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대학 입시를 치르는 아들을 고사장으로 데려다주고 출근하려다 낭패를 당할 뻔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잘못 주차한 다른 차 때문에 빠져나오느라 진땀을 흘리며 시간을 허비하면서다. 이웃을 탓하기에 앞서 주차난을 감안해 전날 밤에 나오기 좋은 곳에 세워 둘 걸 하고 자책했다.

사실 며칠 전 의정부 화재 사고 때도 주차난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게 아닌가. 아파트 입구 길 좌우 편에 불법 주차하고 있던 차량을 밀어내느라 소방차들의 진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와 좁은 진입로가 조그만 화재를 대형 참사로 번지게 했을 수도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만성적인 주차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될 게다. 학교 운동장이나 근린 공원 지하에 공영 주차장을 짓는 것도 좋은 대안일 듯싶다. 나아가 차를 많이 팔려고 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입장만 고려할 게 아니라 국민 생명과 안전 제일의 관점에서 차고지증명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무슨 일이든 사고 후 수습보다는 예방하는 게 최선이란 차원에서다. 문득 ‘바람이 잔잔할 때 돛을 고쳐야 한다’는 경구가 생각났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5-0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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