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술/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술/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1-11 18:04
수정 2015-01-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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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쩍 마른 몸으로 농촌에서 날품팔이하던 서른 살의 총각 ‘아Q’가 일감이 똑 떨어져 생계를 걱정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자오 나리 집에서 일하는 청상과부를 희롱한 탓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술이 ‘웬수’다. 어느 날 저녁 술을 마신 뒤 아Q는 길에서 마주친 젊은 비구니를 골려 주려고 폭언과 함께 비구니의 매끈매끈한 볼을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그런데 아뿔싸! 아Q는 그 촉감을 잊지 못해 여자 생각을 떨쳐 내지 못했고 청상과부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은 단편소설 ‘아Q정전’에서 아Q라는 인물을 통해 신해혁명 전후 1910년대 중국의 봉건적 사고와, 모욕을 받아도 저항하지 않고 자만하는 ‘정신 승리법’을 비판했다. 그런 거시적인 안목으로 읽기보다 술을 마신 뒤 아Q가 알딸딸한 취기에 저지르는 소란과 바보짓에 혀를 끌끌 찼다.

가수 바비킴이 기내 난동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은 게 지난 주말의 화제였다. 술에 취해 여자 승무원의 팔과 허리를 잡는 등 성희롱도 했단다. 한국은 술김에 일어난 성추행·성폭행, 일반폭행, 폭언 등에 너그러웠는데 그런 시절은 사라지고 있다. 술을 끊어야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1-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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