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꼴찌/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꼴찌/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11-05 00:00
수정 2014-11-0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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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9살 초등학교 학생이 꼴찌라서 내내 점심 급식을 꼴찌로 먹었다는 뉴스를 보고 참담했다. 퍼렇게 멍든 아이의 마음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1989년에 나와 그다음 해 속편까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1995년에는 KBS1 TV에서 ‘꼴찌에게 박수를’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해 주목받기도 했는데, 세상이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너무 퇴행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고교 평준화 시대였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중간·기말고사 이후 성적표가 나오면 복도에 일주일씩 전교 30등까지 이름을 붙여 놓았다. 이름이 있거나 없거나 늘 불편했다.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10대 학생에게 과연 성적 공개가 긍정적인 효과를 냈을까 회의했다. 한 학년이 약 800명이던 중학교 때 전교 석차를 공개하지 않아도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미술·음악·요리에 심취하고 싶어도 저리 몰아붙이면 성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다원화된 세상에 성적으로만 줄 세우기를 한다면 비상식적이다. 학교 성적만이 실력이던 시절은 이제 떠나보내야 하지 않겠나.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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