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군고구마/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군고구마/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10-21 00:00
수정 2014-10-2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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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의 계절이다. 찌거나 삶는 것보다 불에 직접 구우면 탄내가 나 더 맛있다. ‘바비큐 맛 고구마’ 같다고나 할까. 같은 크기의 군고구마의 열량이 찐 고구마보다 적다. 과학이 아니라 이유는 단순하다. 굽다 보면 고구마 속살이 타는 탓에 먹을 수 없는 부분이 찐 고구마보다 더 많다. 대학 때 살던 아파트 입구에는 11월이면 젊은 군고구마 장수들이 진을 치고 달콤한 냄새를 풍겨서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 같은 처지에 놓이곤 했다. 군고구마 한 봉지가 크게 비싸지 않았는데도, 자취하던 학생이자 단골이라는 핑계로 반 봉지만 사거나 덤을 요구했던 것 같다.

그때는 포슬포슬한 밤고구마보다 질척한 물고구마가 좋았다. 요즘은 단맛이 강화된 노란 호박고구마, 자색 고구마가 추가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밤고구마는 목메지 말라고 동치미 국물과, 물고구마는 잘 익은 김장김치랑 먹으면 좋고, 호박고구마 등은 라떼로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자색 고구마는 낯선 색깔에 겁먹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어제 저녁식사를 건너뛰고 그릴에 고구마를 구워 서너 개 먹었더니 ‘방구대장 뿡뿡이’가 된 것 같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10-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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