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있었던 킹크랩 소동은 결과야 엇갈렸지만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김선달을 다시 생각할 만했다. 독과점으로 한몫을 챙기려던 수입 업자가 엄청난 양의 킹크랩을 제때 처리를 못 하자 방출에 나섰고, 다른 수입업자들도 비슷한 값에 내놓으면서 폭락했다. 1kg에 7만~8만원 하던 것이 3만원선에 팔렸다니 ‘쇼윈도 수산물’로 먼 발치에서 언감생심 했던 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기에 충분했다. 아쉽게도 상인들의 물량 조절로 값은 하루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킹크랩은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큰 편이 아니다. 전량 수입 등 여러 요인이 내재돼 있을 것이다. 최근 킹크랩 전문점에서 시켜 먹었는데 작은 한 마리가 8만원대였다. “제 돈을 내고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대”라는 말에 양껏 먹지 못했다. 실제 덩치만큼 속살이 많지 않아 두 명이 한 마리를 먹어봐야 위에 기별도 안 온다. 킹크랩 소동은 견물생심을 느끼기도 전에 일개 추몽(秋夢)으로 끝나고 있다. 수입 상인도 김선달은커녕 폭리행위만 들킨 채 헛물만 켠 격이다. 상인들의 담합으로 값이 다시 오른 걸 보니 내린 산지(러시아) 값만큼 싸게 먹기는 어려울 듯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10-20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