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보행전용거리/박찬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보행전용거리/박찬구 논설위원

입력 2014-08-22 00:00
수정 2014-08-2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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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출근길. 서울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서울역 근처 공공 주차타워 지하 1층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남대문 쪽으로 걸었다.

6개월 전만 해도 운전석에 앉아 회사까지 꽉 막힌 도심을 엉금엉금 기어가곤 했다. 광화문 도로원표를 중심으로 반경 2~3㎞ 이내가 24시간 보행전용거리로 지정되고 동서남북 경계지점에 각각 주차타워가 생긴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응급 차량과 내외빈 전용의 왕복 2차선을 빼곤 도심이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승용차로 출퇴근할 때는 엄두도 못 낸 즐거움과 여유를 누린다. 아침저녁으로 짧게는 20분, 길게 코스를 잡으면 40분씩 걸어다닌다. 허리 수치는 줄고 업무 효율은 높아졌다. 시청 앞 건널목에서 보행자와 눈싸움이나 언쟁을 벌이는 일도 없어졌다.

파격이지만 즐거운 상상이다. 도심이 사람 중심으로 바뀌면 일상은 훨씬 가벼워질 듯하다. 전통의 멋으로 거리를 꾸민다면 관광에도 도움이 될 테다. 다음달 3일부터 평일 점심 때 정동 덕수궁길이 보행전용거리로 운영된다고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까.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8-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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