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밀짚 매미집/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밀짚 매미집/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8-06 00:00
수정 2014-08-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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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매미 소리에 아침잠을 깼다.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갔더니 베란다 방충망에 한 녀석이 딱 붙어 앉았다. “허허, 요놈 봐라. 영락없이 그대로네”. 갓 뜬 눈을 비비며 파브르 곤충기와 같은 관찰이 시작됐다. 튀어나온 꼬리를 실룩샐룩하며 울어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이름을 무어라 불렀지? 왕매미는 아닌데”. 생각이 날 리 없다. 잡힌 그대로 갖고 놀기만 했으니…. 도심의 매미 소리가 유별나다고 하지만 바로 옆에서 들으니 소싯적의 소리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밀짚과 보릿대로 만들던 ‘매미집’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보통 ‘여치집’이라 부른다. 그 안에 여치와 메뚜기를 잡아다 넣었지만 매미도 넣곤 했었다. 탑 모양의 밀짚 매미집에 매미를 가두고 방안에 걸어두면 운치는 물론 우는 소리도 아주 정겨웠다. 만드는 게 몹시 재미있다. 하지만 수월치 않다. 밀짚 가닥을 차근차근 엮는데, 밀짚을 구멍에 꽂은 뒤 꺾어 돌리지만 틀이 잘 안 잡힌다. 손놀림이 서툴러 ‘공사’ 내내 애간장을 태운 게 한두 번 아니다. 녀석은 한 시간여 울어대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랜만에 매미 소리가 정겨운 아침이었다. “맴~맴~맴~”.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8-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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