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금이빨 단상/구본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금이빨 단상/구본영 논설실장

입력 2014-08-04 00:00
수정 2014-08-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며칠 전 점심 시간. 청계천 주변의 서울 종로통을 걷다가 공용주차장 담벼락에서 범상치 않은 광고 전단지를 발견했다. ‘금이빨 삽니다’라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게 시장경제의 기초 원리 아닌가. 사뭇 엽기적으로 비치는 상혼에 놀라기에 앞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자신의 금니를 빼내서라도 생계를 꾸려야 하는, 이름 모를 어느 가장의 주름진 얼굴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고달프다.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수출용 가발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던 시절도 있었지 않은가.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는 우리 사회가 지나친 배금주의로 치닫고 있다면 참 씁쓸한 일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무한질주하다 보면 종착역은 허무 그 자체일 수밖에 없을 게다. 천문학적 재산을 다 쓰지도 못하고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례를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문득 한 지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내준, 삶의 경구가 새삼 와 닿았다. “돈만을 징검다리 삼아 삶을 건너려는 자는 몇 걸음도 못 가 빠지거나 넘어진다.”

구본영 논설실장 kby7@seoul.co.kr
2014-08-04 27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