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향한 출근버스에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육군 장병 열두어 명이 우르르 탔다. 외박이나 휴가를 나온 모양이다. 관용적으로 ‘군인 아저씨’라 부르지만,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그중 한 사람이 1만원을 들고 거슬러줄 돈이 부족하다는 버스 운전사와 옥신각신했다. 동료가 100원 동전을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갑을 꺼낼까 말까 망설이는데, 맨 앞 좌석에 타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60대 여성 승객이 부스럭거리며 핸드백을 열어 1000원권을 먼저 내밀었다. 20대 군인 아저씨가 예의 바르게 머뭇거리자, 그녀는 어머니의 표정으로 “괜찮다”고 거듭 권유했다. 겨우 1000원 한 장이 만들어낸 가치는 컸다. 모두 환하게 웃었고, 우리가 생판 남은 아니라는 신뢰도 생겼다.
불교에서 유래했을 적선(積善)은 남을 돕는다는 의미로 굳어졌지만,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착한 일을 쌓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개울에 돌다리를 놓거나 길에 돈을 놓아두고 낯선 누군가의 노자를 보태는 일도 적선이라 불렀다. 적선은 대가가 없어도 ‘우리’의 즐거움과 평안을 위한 것임을 또 깨닫는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불교에서 유래했을 적선(積善)은 남을 돕는다는 의미로 굳어졌지만,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착한 일을 쌓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개울에 돌다리를 놓거나 길에 돈을 놓아두고 낯선 누군가의 노자를 보태는 일도 적선이라 불렀다. 적선은 대가가 없어도 ‘우리’의 즐거움과 평안을 위한 것임을 또 깨닫는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5-27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