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후한 대접/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후한 대접/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4-03-10 00:00
수정 2014-03-10 00: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아침 출근 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날 같이 점심을 한 지인이다. “만나서 반가웠다. 후한 대접을 해줘 고맙다”는 내용이다. 사실 따지면 그 지인이 훨씬 부자일 것이다. 하지만 몇 년 만의 해후에 오래전 현역에서 은퇴한 어르신이기에 점심 값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는 일부러 다음 날 감사 전화까지 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점심 한 끼를 ‘후한 대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내로라하는 위치에 있었던 그는 더 화려한 접대를 오랫동안 받아봤을 터. 그런데도 월급쟁이가 살 수 있는 가벼운 점심 한 끼를 그야말로 ‘후하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내 쪽에서 고마웠다.

그의 말 한마디에 인품과 경륜이 느껴졌다. 70대 할아버지가 까마득한 후배한테 이런 행동 가짐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작은 행동들이 그를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하지 않았을까.

남한테 신세를 지고도 고마운 줄 모르고, 미안한 일을 하고도 미안한 줄 모르고, 남들의 호의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화 한 통이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4-03-10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