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기억을 꼽으라면 단연 풀빵을 사먹던 일이다. 학교 근처 시장통의 허름한 가게에서 할머니 홀로 팔았는데, 단팥죽을 얹은 풀빵 맛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책가방을 옆에 낀 채 ‘풀 방구리 쥐 드나들 듯’ 가게에 들러 사먹곤 했다. 지금도 고향에 들를 때면 할머니가 앉았던 자리를 눈여겨보며 지나치곤 한다. 갱엿은 수업을 파하고 통학열차를 기다리는 동안의 맞춤한 군것질거리였다. 고구마 등을 곤 건데, 딱딱하게 굳어서인지 ‘강엿’이라고 불렀다. 주먹만 하게 떼어주던 가게주인 아주머니가 당시엔 그렇게도 부러울 수 없었다. 지금은 만나기 힘든 맛들이다.
요즘 때아닌 단팥빵 열풍이 불고 있다. 한두 달 새 주요 지하철 역사에 단팥빵 가게가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빵을 사려는 긴 줄이 생기고, 구수한 빵 냄새는 역사를 가득 메운다. 색다른 지하철 정취다. 기존 빵과 달리 천연효모 반죽을 써 인기라고 한다. 군중심리 때문이라고도 한다. 누구는 복고바람이라 했다. 그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 옛 풀빵 단팥 맛을 깨뜨리지는 않을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요즘 때아닌 단팥빵 열풍이 불고 있다. 한두 달 새 주요 지하철 역사에 단팥빵 가게가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빵을 사려는 긴 줄이 생기고, 구수한 빵 냄새는 역사를 가득 메운다. 색다른 지하철 정취다. 기존 빵과 달리 천연효모 반죽을 써 인기라고 한다. 군중심리 때문이라고도 한다. 누구는 복고바람이라 했다. 그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 옛 풀빵 단팥 맛을 깨뜨리지는 않을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2-19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