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부산 밀면/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부산 밀면/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10-16 00:00
수정 201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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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냉면 애호가는 “냉면은 역시 평양냉면이야. 함흥냉면은 그냥 국수지!”하며 메밀로 사리를 만드는 평양냉면 예찬론을 펴곤 했다. 그런데 남북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유명한 평양의 냉면집 옥류관을 다녀온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차림표에 ‘냉면’은 없었다고 한다. 정작 평양에서는 ‘국수’였다. 같은 이치로 북한에서 함흥냉면은 농마국수라고 부른다. 농마는 녹말의 사투리다.

밀면은 6·25전쟁의 부산물이다. 메밀 대신 구호물자로 흔하던 밀가루로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녹말이 첨가된 밀면은 평양냉면보다는 함흥냉면의 DNA를 더 많이 물려받은 듯하다. 실제로 밀면은 함남 흥남시 내호리 출신의 실향민이 1954년 부산에서 개업한 내호냉면을 시초로 친다.

‘부산 밀면 이야기’ 전시회가 어제 부산임시수도기념관에서 개막됐다. 내호냉면 스토리며, 밀면을 뽑던 국수틀과 메뉴판, 매출장부도 흥미를 끈다. 서울에서도 아직 제대로 된 냉면 전시회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지역의 역사를 간직하려는 부산 사람들의 노력이 값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10-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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