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동네 이발소/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네 이발소/박건승 논설위원

입력 2013-08-09 00:00
수정 2013-08-0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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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다니던 동네 이발소가 있었다. 고희를 훌쩍 넘긴 할아버지는 이발을, 몸이 약간 편찮아 보이는 할머니는 면도를 해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분담 방식이었다. 그러고 나서 노부부가 받는 돈은 8000원.

저녁 늦게까지 이발소 사인보드가 멈춘 것을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일요일·공휴일도 예외가 아니다. 10대에 시골에서 상경한 뒤 할아버지는 줄곧 이발소에서 일해 왔다고 했다. 그 이발소를 고집한 것은 요금이 싸다는 점 말고도 차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열번 가면 아홉번은 곧바로 머리를 손질할 수 있는 전용 이발소였던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길에 보니 표시등이 돌지 않았다. 근처 가게주인에게 물어보니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보일러 전문점으로 아예 문패를 바꿔 달았다. 허탈감이 든다. 삶의 소중한 것 또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안타까움에서다. 할아버지의 미소와 가위질 솜씨가 그리워진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이발소 대신 미용실을 다녀야 할 것 같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2013-08-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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