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미라/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미라/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7-22 00:00
수정 201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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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관혼상제만큼 보수적인 것이 없다고 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할머니는 초등학교 시절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셨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은 객사(客死)의 한을 풀어 집안이 잘되려면 천지신명에게 정성을 드려야 한다고 침을 튀기곤 했다. 하지만 요즘 자기 집 안방에서 숨을 거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객사’라는 단어도 갈수록 쓰임새를 잃어 이제는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했다. 최근엔 농촌에서도 장례를 집에서 치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죽음에 대한 관념은 급작스럽게 변해간다. 그럼에도 잇따라 발굴되고 있는 ‘미라‘의 존재는 조금 거북스럽다. 이집트의 미라는 살아 있을 때와 다름없이 시신을 보존해 영생을 기원하는 인공적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 ‘미라’는 안식을 얻고자 했으나 육체는 썩지 않고 무덤은 파헤쳐진 불행한 조상의 주검일 뿐이다. ‘미라’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부터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전시회도 종종 열린다. 학술적 연구는 필요하겠지만, 박물관에 기증되어 전시장에 누워 계신 조상에게는 내가 괜히 송구스럽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7-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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