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느 초등학교의 봄 운동회. 하늘엔 만국기가 펄럭이고 꼬마 학생들의 이어달리기가 시작됐다. “땅!” 출발신호와 함께 청·백군의 주자가 내달린다. 운동회의 백미는 단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달리기. 앙증맞은 고사리손 놀림 속에 응원 함성이 5월의 신록만큼이나 싱그럽고 우렁차다.
주자가 3분의2 바퀴를 돌 무렵, 두어 발 차로 뒤따르던 학생이 그만 넘어졌다. 다리는 이미 풀릴 대로 풀린 상태. 순식간에 20m 남짓 벌어진 간격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응원의 함성이 잦아드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지켜보던 선생님이 뒷주자를 보듬고 냅다 달리더니 앞주자 바로 뒤에 내려놓는 것 아닌가. 다시 되살아난 응원의 함성. 아, 저런 교육도 있었구나….
봄 운동회는 삶은 계란을 나눠 먹던 지난 시절 가을 운동회와는 사뭇 달랐다.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등수에 들지 못해 눈물을 훔치는 풍경은 그때와 별 다름이 없다. 이날 운동회는 나에게 ‘생각의 느낌표’를 던져줬다. 내 것만을 챙기기 위해 남을 ‘보듬는’ 따뜻한 심성을 오래도록 잊고 산 것 아닌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
주자가 3분의2 바퀴를 돌 무렵, 두어 발 차로 뒤따르던 학생이 그만 넘어졌다. 다리는 이미 풀릴 대로 풀린 상태. 순식간에 20m 남짓 벌어진 간격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응원의 함성이 잦아드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지켜보던 선생님이 뒷주자를 보듬고 냅다 달리더니 앞주자 바로 뒤에 내려놓는 것 아닌가. 다시 되살아난 응원의 함성. 아, 저런 교육도 있었구나….
봄 운동회는 삶은 계란을 나눠 먹던 지난 시절 가을 운동회와는 사뭇 달랐다.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등수에 들지 못해 눈물을 훔치는 풍경은 그때와 별 다름이 없다. 이날 운동회는 나에게 ‘생각의 느낌표’를 던져줬다. 내 것만을 챙기기 위해 남을 ‘보듬는’ 따뜻한 심성을 오래도록 잊고 산 것 아닌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
2013-05-06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