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중년 부인의 장탄식/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중년 부인의 장탄식/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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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키워 결혼시켰더니 도둑놈 같더라.” 최근 모임에서 여자 동창이 장탄식을 토했다. 미국에 사는 아들이 “결혼기념일에 축하 돈도 안 부치고, 집사람 보기 창피하다”며 투정을 퍼붓더란다. “저런 말은 어제오늘 듣는 게 아닌데”라며 지나칠 찰나, 뒷말이 귓속에 쏙 들어왔다. “처가댁은 기념일이면 ‘축하 현금’을 어김없이 보낸다”고.

그는 말을 더 이었다. “아들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손주의 재롱도 보며 다복하게 지냈는데 느닷없는 악다구니에 힘들게 키웠던 때가 주마등같이 스쳤다”고 전했다. 지금 아들과 연락을 끊었단다. 여기저기서 아들의 전화가 오기 전엔 절대로 전화통을 들지 말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떻게 키운 내 아들인데….”

자리는 그가 읊은 ‘아들 유머시리즈’로 한바탕 웃고서 마무리됐다. “아들을 낳으면 1촌, 장가 가면 사돈의 8촌….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만 내 아들….”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서울에서 출세한 아들이 자랑스러워 찾았더니 그 아들은 상관에게 “우리 집 머슴”이라고 했다던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1-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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