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호수공원 한편에는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있다. 종일 장기·바둑을 두거나 한담을 나누는 곳이다. 산책 후에 가끔 들러 장기 두는 모습을 구경한다.
지난 주말에도 가봤다. 웬 곱상한 꼬마가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장기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르신 대여섯명은 편을 갈라 훈수를 두느라 정신이 없다. 완전히 동네 장기다. 꼬마가 실수를 해서 한 수 물려 달라는데 할아버지는 못 들은 척한다. 어린 아이는 장기를 옹골지게 잘 두었다. 나이를 물어봤더니 열한 살이란다. 벌써 2년째 어르신들의 장기 파트너라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마스코트라며 다들 그 꼬마가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어린 나이에 컴퓨터 게임도 하고 싶고, 또래와 어울려 공차기도 하고 싶을 텐데, 따분한 할아버지들을 위로할 생각을 하다니…. 그래, 장기 한판을 두더라도 어르신들과 어울리면 뭘 배워도 더 배우지. 노소(老少)의 정경을 지켜보는데 어디선가 초겨울 찬바람이 쌩 불어왔다. 상큼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지난 주말에도 가봤다. 웬 곱상한 꼬마가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장기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르신 대여섯명은 편을 갈라 훈수를 두느라 정신이 없다. 완전히 동네 장기다. 꼬마가 실수를 해서 한 수 물려 달라는데 할아버지는 못 들은 척한다. 어린 아이는 장기를 옹골지게 잘 두었다. 나이를 물어봤더니 열한 살이란다. 벌써 2년째 어르신들의 장기 파트너라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마스코트라며 다들 그 꼬마가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어린 나이에 컴퓨터 게임도 하고 싶고, 또래와 어울려 공차기도 하고 싶을 텐데, 따분한 할아버지들을 위로할 생각을 하다니…. 그래, 장기 한판을 두더라도 어르신들과 어울리면 뭘 배워도 더 배우지. 노소(老少)의 정경을 지켜보는데 어디선가 초겨울 찬바람이 쌩 불어왔다. 상큼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2-11-26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