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새 삶/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새 삶/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2-08-07 00:00
수정 2012-08-0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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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만에 찾아간 기업체 임원 K씨의 사무실은 좀 특이했다. 손님맞이용 둥근 테이블 주변에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 것까지는 여느 사무실과 다르지 않았다.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테이블 위 장식. 거기에 수경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투명한 다기세트를 이용해 차를 직접 끓여 주었다. 게다가 이따금 향을 피우기도 했다. 집무실인지 도를 닦는 곳인지 분간이 안 갔다.

사람이 좀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취미생활이려니 생각하고 캐묻지 않았다. 사연을 알게 된 것은 한 달쯤 뒤였다. 1년 전에 위암이 생겨 큰일날 뻔했다고 한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이 잘돼 지금은 안심할 만하다고 했다. 암을 이겨내자 그의 아내가 뭐든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다 말하라더란다. 그래서 값비싼 다기세트와 수경재배용 장식을 구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K씨는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마음도 확 달라졌다고 했다. 새로 얻은 삶이니만큼 이제는 남을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꼭 죽다 살아나야 철이 드는 게 인생인가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2-08-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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