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람의 기대치/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람의 기대치/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2-04-24 00:00
수정 2012-04-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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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행사나 모임에 늦게 오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으레 도마에 오른다. 입담 좋은 친구나 동료들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빈정댄다. “걔는 약속 한 번 제대로 지키는 것 못 봤어.” “걔는 왜 그렇게 맨날 늦어.” “걔, 앞으로 나오지 말라고 그래.”

이보다 더 심한 건 평소 상대방에 대한 막연한 기대치가 허물어졌을 때다. “그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해.” “돈만 많으면 뭐해, 쓸 줄을 모르는데.” 기대만큼 행동이 마음에 썩 들지 않는 것이다.

반대의 얘기도 있다. “그 친구 생각보다 대단해.” “보기에는 쫀쫀한 것 같아도 통이 커.” 기대치가 낮았던 사람이 기대 이상의 행동을 했을 때 하는 칭찬이다. 사람 평가가 이렇게 확확 바뀌는 건 특정인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기대치를 미리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기대치의 틀에 따라 함부로 재단되는 것이다. 당사자는 억울하다. 이를 고치려면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는 더 낮추고 자신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여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맞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2-04-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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