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대형서점 베스트 셀러 코너를 찾았다. 1위부터 10위까지 자세히 살펴봤다.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2위를 차지한 스티브 잡스 전기. 애플 제품처럼 책을 하얀 종이 상자에 담아 팔았다. 상자를 덮은 비닐종이가 눈에 거슬렸다. 너무나 조악하고 성의 없는 포장이었다. 보이지 않는 컴퓨터 내부의 디스플레이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잡스가 그 꼴을 봤으면 무덤에서 뛰쳐나왔을 것 같다. 1996년 중국 시안(西安)의 진시황릉과 병마용박물관에서도 같은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2200여년 전 만든 병마용은 최고의 예술품이었다. 그러나 박물관에서 파는 기념품은 최악의 모조품이었다. 도대체 옛날보다 물자가 부족한가, 기술이 부족한가. 예술혼, 절실함, 쉽게 말해 성의가 없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눈에 띈 책은 ‘난설헌’. 내용은 모른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 가벼웠다. 미국의 책처럼 재생용지를 썼다. 우리나라 책은 너무 좋은 종이를 쓴다. 들춰보니 삽화 하나 없이 글자로 채워져 있었다. 맘에 들었다. 진짜 책은 이런 게 아닐까.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두번째 눈에 띈 책은 ‘난설헌’. 내용은 모른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 가벼웠다. 미국의 책처럼 재생용지를 썼다. 우리나라 책은 너무 좋은 종이를 쓴다. 들춰보니 삽화 하나 없이 글자로 채워져 있었다. 맘에 들었다. 진짜 책은 이런 게 아닐까.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1-02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