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출장 중에 차밭을 지나게 됐다. 스리랑카에서는 산이 아니라 산맥 전체가 차밭이었다. 가파른 산을 따라 초록 융단이 깔린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론티의 생산지다. 차밭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하얀 양떼가 기어오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차를 따는 여인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천으로 휘감고 하얀 보자기에 찻잎을 따 넣는다. 다가가서 요청하면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진을 함께 찍어주지만 차를 담은 보자기를 만지는 것은 금기다.
차를 따는 여인들은 대부분 타밀족이라고 한다. 스리랑카 북부의 독립을 주장하며 다수인 신할리즈족과 내전을 벌여온 소수 타밀족. 그들은 신할리즈족보다 부지런하고 솜씨가 좋단다. 그리고 신할리즈족보다 임금도 낮다고 한다. 스리랑카의 차밭은 분주하고 복잡한 세계를 떠나 느리고 단순한 삶을 체험하려는 유럽 등지의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느리고 단순해 보이는 스리랑카의 차밭 속에도 역사와 인종, 지역구도라는 현실이 녹아 있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차를 따는 여인들은 대부분 타밀족이라고 한다. 스리랑카 북부의 독립을 주장하며 다수인 신할리즈족과 내전을 벌여온 소수 타밀족. 그들은 신할리즈족보다 부지런하고 솜씨가 좋단다. 그리고 신할리즈족보다 임금도 낮다고 한다. 스리랑카의 차밭은 분주하고 복잡한 세계를 떠나 느리고 단순한 삶을 체험하려는 유럽 등지의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느리고 단순해 보이는 스리랑카의 차밭 속에도 역사와 인종, 지역구도라는 현실이 녹아 있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09-14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