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결혼식/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결혼식/박홍기 논설위원

입력 2011-05-24 00:00
수정 2011-05-2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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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결혼식이었다. 성혼선언문 낭독, 주례사까지는 여느 결혼식과 같았다. 내빈에 대한 신랑·신부 부모의 인사가 끝나자 신랑 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더니 “내빈들을 위해 나름대로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지휘자의 인사와 더불어 20명가량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이 등장했다. 성악가 5명도 출연했다. 웬만한 음악회와 견줘 규모나 격식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약장수’, 오펜바흐의 첼로독주곡 ‘재클린의 눈물’ 등 명곡과 선율이 식장을 휘감았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색다른 결혼식에 지루해하는 하객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결혼식이 아닌 음악회에 참석한 듯 흡족해했다. 신랑 아버지는 “평소 모시지 못하는 분들에게 자식 결혼을 핑계로 마음의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며 나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음악이 있는 결혼식’이라고나 할까. 결혼식도 마냥 진화하는 것 같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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