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페페로니형 인간인가. 오늘 불현듯 이런 물음을 던져본다. 엊그제 어느 분이 한 말이 있어서다. 내가 글을 악랄하게 쓴다나. 물론 농담이었지만 나의 섣부른 펜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을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적어도 달콤한 파프리카형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맵싸한 페페로니? 지난 시절 비판정신이라는 방패에 기대어 얼마나 많은 투창과 비수를 날렸던가. 언젠가 시사 현안을 고사로 풀어내는 미니 칼럼을 연재하며 날 선 언어를 쏟아내던 때가 있었다. 꼬투리만 잡으면 그냥 앞뒤 맥락 살피지 않고 물고 뜯는 하이에나형 글쓰기. 그 치기가 떠오른다. 시중에선 성공을 원하거든 페페로니 지수를 높이라는 처세훈이 힘을 얻는다. 밍밍한 파프리카형 인간은 무룡태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매운 맛의 공격형 인간만이 판치는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상처란 준 만큼 되돌려 받는 법. 스스로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글살이를 좀 더 부드럽게 해야겠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1-05-10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