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줍는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깔끔한 차림의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의 주택가에서 조그만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종이상자를 겹겹이 싣고서. 일흔은 족히 됐을 법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분리수거가 워낙 잘 지켜지는 터라 종이상자나 폐지가 없지만 주택가엔 아직 일거리가 적잖다. 인심도 남아 있는 까닭에 종이상자 등을 차곡차곡 정리해 대문 밖에 내놓는다. 잘 가지고 가라는 듯이.
동네 분인 듯한 다른 할머니가 “뭘 그리 어렵게 해. 쉬기나 하지.”라며 인사를 건네자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 “어때, 집에 있으면 뭐하누. 돌아다니면 운동도 되고, 돈도 벌고, 한참 움직이면 밥맛도 좋고, 운 좋은 날엔 쏠쏠해.”
웬만한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서울의 한쪽에서는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끼리 다투다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날 만큼 삭막해진 세상에서. 그 할머니는 “좋아서 하는 일이야. 행복이 따로 있는감.”이라며 종이상자를 집어들었다. 정말이지, “행복이 뭐 별건감.”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동네 분인 듯한 다른 할머니가 “뭘 그리 어렵게 해. 쉬기나 하지.”라며 인사를 건네자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 “어때, 집에 있으면 뭐하누. 돌아다니면 운동도 되고, 돈도 벌고, 한참 움직이면 밥맛도 좋고, 운 좋은 날엔 쏠쏠해.”
웬만한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서울의 한쪽에서는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끼리 다투다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날 만큼 삭막해진 세상에서. 그 할머니는 “좋아서 하는 일이야. 행복이 따로 있는감.”이라며 종이상자를 집어들었다. 정말이지, “행복이 뭐 별건감.”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3-24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