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자/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모자/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03-08 00:00
수정 2011-03-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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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내내 가방에 장갑과 모자를 챙겨 다닌다. 그 전에야 칼바람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머리로 길거리를 활보해도 견딜 만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모자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의 그 ‘현격한’ 차이를 알고부터는 모자는 소중한 친구가 됐다. 계기는 미국에 잠시 머물 때가 아닌가 싶다. 워낙 춥다 보니 그곳 사람들에겐 모자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정장 차림의 남자들도 털모자를 눌러쓰고 출근했다. 여성들이야 패션까지 겸하니 모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실용주의가 뭐 별건가. 추우면 모자 쓰고 점퍼 입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사정이 좀 다르지 않나 싶다.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추워도 외출길에는 가급적 모자 쓰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1월 수십년 만의 추위에 중절모를 쓴 한 중년 남성을 만났다. 연예인이나 쓸 법한 모자를 그는 용감하게 쓰고 다니는 것 아닌가. 유럽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 때문일까. 거리에서 모자 쓰는 멋쟁이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3-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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