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선두(先頭)의 애환/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선두(先頭)의 애환/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3-01 00:00
수정 2011-03-0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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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서 경제 관료와 법조인이 처음 만나 나눈 얘기 한 토막. 연배는 두세 살가량 차이지만 고시 기수 등을 서로 물어 보더니 금방 친해졌다. 민간조직보다 공무원들끼리 잘 통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들만의 독특한 기수문화일 터.

‘잘나가는’ 선두라는 점이 둘의 공통점이지만 대화는 동병상련(同病相憐) 쪽에 가까웠다. 말하자면 자신들은 기수문화의 피해자라는 것. 항상 선배와 동기들의 눈치를 먼저 살펴야 하고, 관계부처 간 회의를 하거나 다른 부처에 협조를 구할 때도 주위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눈치 9단’이 됐다고 한다.

롤모델로 자신들을 따르는 후배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말린다는 말을 들으니 가관이란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을 재미있고 신나게 하려면 너무 앞서 가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 사치스러운 넋두리 같지만 선두의 애환쯤으로 봐주자. 어디나 선두가 있고 중간도, 꼴찌도 있다. 세상만사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 하지 않던가.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3-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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