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맨해튼 야경/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맨해튼 야경/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0-12-01 00:00
수정 2010-12-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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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도시의 거리는 아름답다. 환한 햇빛이 미처 가리지 못한 거리의 추한 이면들을 어둠이 다 집어삼키기 때문일 게다. 밤에 더욱 생명력을 가지는 불빛들이 춤사위를 펼치면 더욱 그렇다. 거리를 질주하던 자동차들도 밤에는 빛으로만 무장한 채 선(線)의 미학을 그려내는 것을 보면 야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최근 한강 너머 여의도 야경을 바라다 볼 기회가 있었다. 늘 부대끼던 낮의 세계 너머 또다른 세계, 밤이 있음이 새삼 느껴졌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하게 할일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미국 연수시절 살던 집에서 바라보던 뉴욕 맨해튼이 생각났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같은 빌딩들이 잠들지 않고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는 것을 보며 도대체 누가 저 밤을 밝힐까 궁금했다. 답은 엉뚱했다. 우리집에 초대됐던 한 미국 할아버지 왈, “야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낮에 청소하기가 어렵다 보니 미화원들이 밤새 불을 밝히고 청소를 한다.”고 했다. 맨해튼 야경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화원들이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0-12-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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