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책길을 돌아오는데 도로 한 귀퉁이에 국화빵을 파는 작은 흰색 트럭이 서 있다. 바로 옆에는 50세 안팎의 참한 부인이 있었다. 어떻게 파느냐고 물었는데 “어버버버…” 하며 손짓을 한다. 그랬더니 근처에 있던 50대 중반의 턱수염이 많은 남자가 뛰어오다시피 하며 “버버버버…” 하고 휴대전화와 전단지를 건넨다.
전단지에는 음식이 수십여 종 적혀 있었다. 남자는 김치볶음밥과 고기볶음밥을 가리키며 손가락 2개를 내보인다. 그제서야 ‘아! 청각장애인 부부가 음식을 시켜 달라고 부탁하는구나’ 깨닫는다.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고 위치를 설명한다. 배달 음식점에 말을 못하는 분들이라고 하니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국화빵 10개 2000원’이라고 쓴 큼지막한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말을 못하니까 이렇게 써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가슴을 쿡 찌른다. 박노해는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최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전단지에는 음식이 수십여 종 적혀 있었다. 남자는 김치볶음밥과 고기볶음밥을 가리키며 손가락 2개를 내보인다. 그제서야 ‘아! 청각장애인 부부가 음식을 시켜 달라고 부탁하는구나’ 깨닫는다.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고 위치를 설명한다. 배달 음식점에 말을 못하는 분들이라고 하니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국화빵 10개 2000원’이라고 쓴 큼지막한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말을 못하니까 이렇게 써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가슴을 쿡 찌른다. 박노해는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최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2010-10-25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