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제비 마을/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제비 마을/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6-16 00:00
수정 2010-06-1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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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들녘에서 5월 초에 만났던 제비들을 찾아갔다. 군무를 하던 근처에 집은 있을 터. 어렵잖게 길가 단층 슬라브 가옥 벽에서 제비 둥지를 찾았다. 어! 놀랍다. 제비집이 하나가 아니고 무려 6개다. 제비들의 마을이다. 쌍쌍이 알을 번갈아 품고, 그 후 새끼를 키웠다. 왜 이럴까.

일본에서 살 때다. 자매회사 1층 난간 4개의 제비집에서 제비부부들이 3년 연속 각각 알을 품고, 새끼를 키웠다. 도쿄만 근처로 습지·초지가 있어 집 재료와 먹이가 풍부했다. 양평 제비 마을도 산과 강, 친환경 농법의 논이 가깝다. 예전 제비들은 한 가옥에 둥지가 한 개였는데….

한 집에 복수의 제비집을 짓는 곳이 증가일로다. 제비 마을 시대다. 환경오염으로 먹이가 감소해 살 곳이 줄자 먹이가 있고 안전하면 한 가옥에 여러 채를 짓게 된 걸로 추정된다. 새끼들이 옆집 어른 제비의 먹이를 보고 헷갈려하는 제비 마을이 안타깝다. 제비의 집단 거주 전환도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가. 환경을 복원해주면 제비들이 한가롭게 살 수 있을 텐데.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6-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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