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시청앞 지하도를 나서는데 계단에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담요를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떨면서 앉아 있었다. 할머니 앞에 놓인 분홍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참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속으로 온갖 핑계를 대면서. ‘날씨도 춥고, 시간도 없고, 지갑 꺼내기도 귀찮고….’
그 순간 ‘찰랑’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젊은 외국인 여성이 바구니에 동전 몇닢을 넣어준 뒤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지갑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지나친 내가 부끄러웠다.
한 사진작가가 들려준 인도 바라나시의 꽃 파는 소녀 이야기가 생각났다. 길에서 만난 소녀가 “나의 꽃을 사지 않으면 당신은 후회하고 말 거예요.”라며 간절하게 부탁했지만 갈길이 바쁘다며 뿌리쳤던 그는 지금껏 그 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잠시 멈추기를 주저하지 말고 자비를 베풀라는 그 얘기가 그제서야 진실로 가슴에 와닿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그 순간 ‘찰랑’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젊은 외국인 여성이 바구니에 동전 몇닢을 넣어준 뒤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지갑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지나친 내가 부끄러웠다.
한 사진작가가 들려준 인도 바라나시의 꽃 파는 소녀 이야기가 생각났다. 길에서 만난 소녀가 “나의 꽃을 사지 않으면 당신은 후회하고 말 거예요.”라며 간절하게 부탁했지만 갈길이 바쁘다며 뿌리쳤던 그는 지금껏 그 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잠시 멈추기를 주저하지 말고 자비를 베풀라는 그 얘기가 그제서야 진실로 가슴에 와닿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1-15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