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싸] 사회가 아동에게 꼭 찾아줘야 할 놀이 공간/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

[서울인싸] 사회가 아동에게 꼭 찾아줘야 할 놀이 공간/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2-11-09 20:20
수정 2022-11-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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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
아이들은 출생 후 ‘일만 시간의 법칙’보다 무려 15배 넘는 15만 7000시간 이상 누군가의 관심과 지원을 받고 나서야 법적·사회적 성인으로서 건강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이 시간 동안 어떤 방향을 향해 키워졌느냐, 무엇을 위해 시간을 보냈느냐가 곧 아이의 성향과 능력이 된다.

놀이는 인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최적의 자극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인간만이 지닌 독특한 고등 행위다. 수많은 놀이 관련 저서에서 어린 시기에 놀이를 많이 할수록 인간의 몰입 능력과 열정, 내적 동기, 타인공감능력, 회복탄력성, 상상력, 문제해결력 등이 자연스레 길러진다고 강조한다. 이런 능력들을 소프트스킬이라 한다. 소프트스킬은 연령이 어릴 때부터 누적되며 형성되기 때문에 초등 저학년 이하의 아동에게 더 중요하다.

놀이가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4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놀이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이를 허락해 주는 성인의 놀이 신념이 첫 번째다. 아동은 독립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성인이 얼마나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놀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우수한 놀이 공간 및 놀이에 필요한 재료나 자원, 시설도 필수 조건이다.

놀이시간은 성인이 허락하면 특별한 예산 투입이나 노력 없이 언제나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놀이공간은 서울처럼 땅 1평의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이 높은 대도시에선 강력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공적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충분한 확보가 불가능하다. 한 부유한 아파트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시끄럽다고 놀이터를 폐쇄했다는 뉴스는 놀이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사회적 책무성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별 1곳씩 서울형 키즈카페의 설치와 운영 지원에 나서는 것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로 여겨진다. 서울형 키즈카페 컨설팅단 위원으로 참여하는 입장에서 서울시의 행보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아이들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우수하고 즐거운 실내 놀이를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 준다.

미래의 건강한 시민으로 함께 키우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우수한 놀이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그 공간을 직접 관할하는 지자체의 강력한 정책 의지 없이는 어렵다. 사회적 책무를 위해 과감히 결정한 서울시의 노력으로 아이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우수한 실내 놀이공간이 서울 전역에 마련돼 어디서나 아이들의 놀이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가 최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2022-11-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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