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서도 챗GPT가 생산한 결과물에 대한 저자 문제가 특히 관심사다. 교육과 연구에 모두 관련되기 때문이다. 먼저 대학생들은 챗GPT를 이용해 쉽게 과제물을 해결하고 좋게 평가받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미 계절학기에 발 빠르게 시도한 학생들이 있다. 이에 대응해 기업과 대학은 챗GPT 같은 GPT가 작성한 결과물을 걸러 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표절이나 대필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연구 논문의 경우는 문제가 좀더 복잡하다. 저작권, 업적평가, 연구비 수주, 공동저자 지위 등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챗GPT가 금융 분야에서 학술지 동료심사를 통과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나왔다. 공동연구의 일부분으로 손색이 없다는 의미다. 다만 챗GPT를 통계분석 프로그램처럼 연구 수단으로 간주할지, 공동저자에 포함할지, 포함하면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배분할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학술지 출판계에서 관련 논쟁이 있다고 한다.
챗GPT는 인공지능에 대해 예측했던 문제들을 코앞으로 가져왔다. 저자, 표절, 대필, 공동연구, 분석 등을 새롭게 규정하거나 기존 규정을 유지하려면 보안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험관 아기, 디지털 복제, 배아복제 등의 기술이 나타났을 때 이미 경험한 바다.
여기에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이 기술은 자원을 적게 가진 사람들이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유용하다는 점이다. 논문이든 문학작품이든 저술할 때 자료 수집과 정리, 통계분석 등을 함께하거나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연구(research)에서 75%가 찾기(search)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지역 대학에서는 연구비 못지않게 박사후 연구원이나 대학원생을 구하기 어렵다. 청년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인력난은 더 심해질 것이다. 외국인 연구자 초청과 함께 챗GPT 같은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챗GPT를 잘 활용하기 위해 ‘질문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거다. 과학기술사에서 중요한 성과는 문제 포착-창조적 질문-답 찾기 과정의 결과물이었다. 챗GPT는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 포착과 질문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또 집중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다.
선진국 기술 추격의 시대에는 연습문제집 풀이와 같이 ‘정답이 있는’ 문제의 답을 효율적으로 찾고 익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신기술 개발에서는 아직 문제도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익혀야 할 풀이와 답이 있을 리 없다. 문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챗GPT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금 답보다 질문이 먼저라는 점이 더 분명해졌다.
2023-02-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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