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개혁 필요성 스스로 증명한 檢/홍희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개혁 필요성 스스로 증명한 檢/홍희경 사회부 기자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8-04-10 22:40
수정 2018-04-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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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사회부 기자
홍희경 사회부 기자
여의도에선 동쪽과 서쪽이 확 다르다. 국회를 낀 서여의도엔 정치인이, 동여의도엔 금융인이 활보한다. 선거철이 시작되면 서여의도가 미어터진다. 이후 컷오프, 경선, 본선이 진행될수록 한산해진다. 서여의도에서 패했다고 이웃한 동여의도를 찾진 않는다. 아예 서강대교가 안보이는 곳으로 패자들은 자취를 감춘다.

2007년 대선 때 이 불문율이 잠시 깨졌다. ‘경선이 곧 본선’이라던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이겼지만 많은 친박(박근혜)계와 일부 친노(노무현)계는 멀리 가지 못하고 동여의도를 배회했다. 그 때 아지트 삼던 고깃집이 몇 년 뒤 서여의도에 낸 분점을 보며 2007년 대선의 함수를 다시 셈한 기억도 있다.

그 동여의도 고깃집에 모인 이들은 자신들이 검찰발 낭보를 기다리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얘기했다.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인 MB가 BBK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임을 검찰이 명확하게 규명해 준다면 대선 판은 새로 짜질 것이라고 곱씹었다.

도덕성 검증을 촌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경제 대통령’이란 구호에 미혹된 대중 때문이었는지, MB 주변에 생길 열 가지 이권 중 하나만 챙기면 그만이라고 작심한 파워엘리트 때문이었는지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선명한 사실은 11년 전 대선일 전후까지 이어진 수사 끝에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게 지난 세월 MB의 보호막이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번복할 때까지 차명재산을 증언할 새로운 영상 자료도, 번복된 증언도 과거 검찰·사법이 쳐놓은 보호막을 뚫고 MB에게 닿지 못했다.

지난 9일 MB는 구속기소됐다. 16개 혐의 중 7개가 차명재산과 관련됐다. MB를 구속하며 검찰은 “일찍 밝혔다면 대통령 당선 무효가 되는 중대한 혐의”라며 ‘유레카’를 외쳤지만 과거 일찍 밝히지 못해 무혐의 처분한 것도 검찰, 11년 만에 과거 처분을 번복한 것도 검찰인 사정 앞에서 기자가 찾은 ‘유레카’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이다.

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할 권한, 수사에 경제·여론·정치적 파장·사회적 안정을 반영하거나 무시할 권한, 수사를 계속 하거나 끝내버릴 권한을 한 국가 기관이 견제 없이 독점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떠올렸다. 검찰이 4번째 전직 대통령 기소란 개가를 올린 날에 말이다.

saloo@seoul.co.kr
2018-04-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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