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진 경제정책부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액티브X 제거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국세청의 연말정산 서비스에서 우선적으로 액티브X를 없애겠다고 했다. 이틀 뒤 국세청은 “2017년도 연말정산부터 웹 표준 기술로 교체해 익스플로러 외에 크롬 사파리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실제 연말정산을 해 보니 첫 화면에서부터 공인인증서와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공인인증서를 설치하기 위해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니 5개가 넘는 각종 액티브X를 설치하라고 했다. 결국 익스플로러를 열고 액티브X를 덕지덕지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연말정산부터 액티브X를 모두 제거했다”면서 “(액티브X 대신 도입한) exe는 액티브X와 달리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한 웹 표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로 내려받아야 하는 점은 exe나 액티브X나 차이가 없다.
국세청은 “일부 컴퓨터에선 보안 설정 등 기술적 이유로 호환이 안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기본적으론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 호환이 된다는 걸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직접 사용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일부에서 “액티브X 대신 액티브Y가 등장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실행되는 윈도 응용프로그램이다. 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같은 웹브라우저에선 사용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보안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액티브X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정부가 액티브X 퇴출에 적극적인 이유였다.
문제는 방식이다. 정부의 최종 목표는 액티브X 폐지일 수 없다. 유사 프로그램을 쓰는 환경이 반복된다면 ‘인터넷 갈라파고스’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실적에 집착할 게 아니라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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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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