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 사회부 기자
아버지를 만난 소감을 듣기 위해 연락했더니 A씨는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하다”고 했다. 사진기자가 아버지의 모습을 찍고 우산을 씌워 주며 관심을 보인 데 고마움을 전했다. “아버지에게 혹시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셨다면 저희가 더 일찍 아버지를 찾았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A씨는 노인을 처음 보는 기자에게 그의 치매 초기 증세를 알아채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틀간 겪었던 극심한 초조함으로 인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기자에게 털어놨다.
A씨의 서운함을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치매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를 잃고 다시 찾기까지 그 몇 시간이 ‘골든타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A씨는 “기사가 나가는 것이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기사를 보고 “자식들이 치매 걸린 아버지를 방치했다”며 손가락질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걱정대로 기사에는 무작정 가족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도 있었다. A씨는 또 이웃들이 집에 치매 노인이 있다며 꺼림칙하게 여길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A씨의 가족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버지와 같은 치매 환자가 길을 잃었을 때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제보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취재에 응했습니다.” A씨가 용기를 내 인터뷰를 한 이유다.
“치매 문제는 공동체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사회는 따듯한 배려로, 치매 가족을 둔 이들의 요구에 서둘러 응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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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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