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평창의 최순실 그림자 지우기/심현희 체육부 기자

[오늘의 눈] 평창의 최순실 그림자 지우기/심현희 체육부 기자

심현희 기자
입력 2016-11-27 18:00
수정 2016-11-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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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희 체육부 기자
심현희 체육부 기자
이달 초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휴전재단(IOTF) 회의에서 김재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스캔들 때문에 평창올림픽 마케팅 활동에 문제는 없느냐’라는 우려 섞인 말부터 꺼냈다고 한다. 바흐 위원장의 걱정은 이달 중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총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을 맡느냐. 거국내각 구성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국제스포츠계에서까지 핫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바흐 위원장의 우려는 지나친 것이 아니다. IOC는 올해 대통령 탄핵과 치안 등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개최 직전까지 큰 불안감을 야기시켰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치렀다. 그런데 다음 올림픽을 1년 남짓 앞두고 개최지에서 평창 조직위와 직결된 정치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실제로 최순실이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평창에 대한 국가 분위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평창을 후원하기로 했던 대기업들도 스폰 계획을 하나 둘 철회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예산’을 삭감하며 올림픽과 관련된 강원도 예산 800억원도 삭감될 위기를 맞았다. 바흐 위원장이 충분히 “평창이 ‘제2의 리우’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할 만한 상황이었다.

벼랑 끝에 선 평창 조직위는 지난 25일 알펜시아에서 열린 시즌 첫 테스트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최순실 그림자’를 날려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여형구 사무총장도 “악재를 딛고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외부에 대회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호기”라고 각오를 다졌다.

조직위의 필사적인 노력과 각오 덕분에 이틀간 펼쳐진 201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빅 에어 경기는 무난하게 치러졌다. 빅 에어는 평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생소한 경기지만 26일 결선 경기 입장권이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 1200명이 몰려 흥행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맞은편에 건설한 빅 에어 경기장 시설도 참가한 외국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높이 33m, 길이 158m, 최대 경사각 40도의 점프대는 유럽, 북미의 대회장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캐나다의 다르시 샤프는 “경기장이 멋있어 사진을 찍어 아버지께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세라 루이스 FIS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 운영 과정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림픽 개최에 앞서 운영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테스트이벤트로서는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앞으로 알펜시아, 강릉, 정선 등에서 23개 테스트이벤트를 더 치러야 한다. 이 기간에 90여 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5500명, 기자단 4500명, 관중 6만 7000명, 자원봉사자 22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회에 평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IOC와 국제사회에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만큼 당장 한국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것은 없다.

macduck@seoul.co.kr
2016-11-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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