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성추행’ 폭로 편집자 인터뷰 그 후
“공공기관 사내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저 또한 오랜 고민 끝에 피해 사실을 알리려 합니다. 인터뷰하신 피해자분과 연락하고 싶은데 제 연락처를 전달해 주실 수 있나요. 010-××××-××××.”“51살이고 일산 사는 유○○이 당신을 지지합니다. 저는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못 하는 아줌마입니다. 힘내라는 말, 그게 고통스러운 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당신, 힘을 내십시오.”
“기사 제목을 보자마자, 그리고 기사를 끝까지 읽은 순간 ‘그래 맞아’라는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은교가 아니다. 여성이고 사람이다.’ 너무나 강력한 문장입니다. 아름답고 힘있는 문장입니다. 감사합니다.”
명희진 기자
지난 10일 박범신 작가의 성추문 발언을 폭로한 편집자 A씨의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많은 독자가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남성의 잘못된 언행·사고방식에 맞서기 위해 연대하고 싶다는 내용부터 용기가 없었던 자신에 대한 반성, 그리고 성추행 경험 고백에 이르기까지 전해 준 말씀들은 다양했습니다.
비난 의견도 많았습니다. ‘성추행이라는 게 법적으로 범위가 원체 들쑥날쑥한 데다 피해 당사자의 기분에 따라 기준이 다르니 애매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동석했던 다른 여자들은 다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느꼈는데 A씨가 민감한 것 아니냐’, ‘믿음이 안 간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사회 곳곳 이름깨나 있는 ‘그들의 갑질’
하지만 문단 내 성추행은 대부분 위계를 이용한 겁니다. 여성이 선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이 마음속으로 삭였던 일들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반응에 따라 남성의 ‘잘못된’ 언행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돌연 ‘재수없게’ 성추행이 된 것이 아닙니다. 성을 바꿔 놓고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트위터 해시태그를 통해 문단 내 성추문뿐 아니라 영화, 스포츠, 미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로와 연대가 이어지는 건 소위 이름깨나 날리는 인사들의 ‘갑질’과 위계에 의한 성적 과시, 성추문적 발언에 대한 무감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 때문입니다.
●성폭력 인식 바뀌는 출발점 될 것
그럼에도 대다수의 피해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선입견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에게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후진적인 생각도 만연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문단 내 성추행 게이트’로 시작된 작은 연대가 ‘위계가 높아서 나보다 위계가 낮은 사람을 성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로잡게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A씨의 말을 인용합니다. “나는, 우리는 그 누구의 ‘은교’도 아닙니다. 여성이고 사람입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6-1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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