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나라를 패권국으로 만든 재상 관중은 일종의 ‘낙하산’이다. ‘절친’ 포숙아가 제환공을 보필해 권력을 잡으면서 친구 관중을 재상에 앉혔으니 말이다. 심지어 관중은 제환공이 왕이 되는 것을 방해한 인물이다. 재상이 된 관중은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관중은 낙하산 인사의 성공 사례 정도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살펴보면 그가 왜 성공한 낙하산이 됐는지 알 수 있다. 관중이 세상을 뜰 때 제환공이 다음 재상을 누구를 시킬지 묻자 사람들 대부분은 관중이 포숙아를 추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중은 포숙아를 배신(?)한다. 포숙아의 성격이 유약하다며 다른 이를 추천한다. 포숙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역시 내 친구”라며 웃었다고 한다. 관중이 성공한 낙하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낙하산 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23일 대우건설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창민 신임 사장의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낙하산 논란과 여권 배후설 등 뒷말이 많았지만 산업은행의 지지를 받으며, 공식적으로 대우건설 사장 자리에 앉았다. 취임 첫날 박 사장은 이사회 참석과 임원들과의 상견례, 노동조합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첫 행보를 시작했지만 박 사장에 대한 우려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려의 이유를 살펴보면 일단 ‘능력’은 아닌 것 같다. 일각에서 해외 건설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한국주택협회장까지 지낸 그가 경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이야기를 들어 보면 결국 우려의 이유는 그가 ‘낙하산’이라는 의심을 받는 데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낙하산 사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회사가 아닌 ‘윗선’에 더 신경을 쓴다는 점”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도 결국 회사의 이익보다 밖에 보여 줄 성적표를 만들고, 자신을 밀어준 윗선을 챙기느라 지금의 상황이 발생할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수많은 낙하산이 떨어지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이 무너지는 데는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낙하산의 결말은 비극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관여했던 민유성, 홍기택, 강만수 등 전 산업은행장은 물론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과 그의 연임 로비를 도왔던 홍보대행사 대표도 검찰에 불려 가고 있다. 더 큰 비극은 대우조선해양이 망가지면서 지난해에만 1000여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박 사장 입장에선 ‘낙하산’이라는 오명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있다. 관중처럼 낙하산 줄을 끊어야 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아름다운 고사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친구가 공익을 사익보다 앞세워서다. 낙하산 논란은 박 사장 혼자 끊는 것이 아니다. 그를 밀어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그도 보상을 바라선 안 된다. 박 사장이 물러날 때 “첫 외부 출신 사장이었지만, 참 잘했다”는 말을, 아니 그보다 “덕분에 애들 공부 다 시키고 정년을 마치고 나간다”는 말을 듣기 바란다.
moses@seoul.co.kr
김동현 기자
23일 대우건설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창민 신임 사장의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낙하산 논란과 여권 배후설 등 뒷말이 많았지만 산업은행의 지지를 받으며, 공식적으로 대우건설 사장 자리에 앉았다. 취임 첫날 박 사장은 이사회 참석과 임원들과의 상견례, 노동조합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첫 행보를 시작했지만 박 사장에 대한 우려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려의 이유를 살펴보면 일단 ‘능력’은 아닌 것 같다. 일각에서 해외 건설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한국주택협회장까지 지낸 그가 경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이야기를 들어 보면 결국 우려의 이유는 그가 ‘낙하산’이라는 의심을 받는 데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낙하산 사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회사가 아닌 ‘윗선’에 더 신경을 쓴다는 점”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도 결국 회사의 이익보다 밖에 보여 줄 성적표를 만들고, 자신을 밀어준 윗선을 챙기느라 지금의 상황이 발생할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수많은 낙하산이 떨어지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이 무너지는 데는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낙하산의 결말은 비극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관여했던 민유성, 홍기택, 강만수 등 전 산업은행장은 물론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과 그의 연임 로비를 도왔던 홍보대행사 대표도 검찰에 불려 가고 있다. 더 큰 비극은 대우조선해양이 망가지면서 지난해에만 1000여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박 사장 입장에선 ‘낙하산’이라는 오명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있다. 관중처럼 낙하산 줄을 끊어야 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아름다운 고사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친구가 공익을 사익보다 앞세워서다. 낙하산 논란은 박 사장 혼자 끊는 것이 아니다. 그를 밀어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그도 보상을 바라선 안 된다. 박 사장이 물러날 때 “첫 외부 출신 사장이었지만, 참 잘했다”는 말을, 아니 그보다 “덕분에 애들 공부 다 시키고 정년을 마치고 나간다”는 말을 듣기 바란다.
moses@seoul.co.kr
2016-08-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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