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융아 금융부 기자
‘못난 금융’ 얘기만 나오면 세계에서 100등(GDP 기준) 정도 하는 아프리카 국가 우간다가 따라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 수준이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으며 마치 국가 경쟁력을 깎아먹는 주범인 듯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정치인에 대한 신뢰 지수는 이보다도 한참 더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7점 만점에 2.5점을 받은 우리나라 정치인 신뢰 지수는 94위를 했다. 우간다는 86위다.
굳이 우간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보호 산업으로 길들여진 국내 금융산업이 점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금융개혁이 올해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다. 그래서 올해 웬만한 규제는 다 풀기로 했다. 금융산업에 활력을 주고자 ‘메기’도 풀어 놓았다. 그런데 정작 국회 앞에서 ‘올스톱’된 형국이다. 지난 주말 금융위 국·과장들을 불러모아 “법안 처리를 위해 목숨 걸고 총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한 금융위원장의 말이 무색하게도 국회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으로서 인가를 받게 된 인터넷 전문은행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2000년대 초반에 생겼으면 어땠을까. 시행착오는 있었겠지만 지금쯤 자리를 잡아 가고 있을 것이다.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금융권을 넘어 각종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까지 관심을 보인 것은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사업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으로서는 국경이 없는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지금이라도 인터넷은행의 기반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자칫 주도권을 외국에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과거 두 차례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권 제한, 현행 의결권 지분 4%) 문제로 실패한 경험이 있는 금융 당국은 일단 인가부터 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해 인터넷은행을 도입했다. 하지만 당장 올해가 아니더라도 국회에서 ICT 기업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하면 인터넷은행은 메기 꼴을 한 미꾸라지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고 있는 은행법 말고도 대부업의 최고 이자를 27.9%로 낮추는 대부업법이나 기업 워크아웃의 근거를 담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은 정기국회에서 잠정 합의를 하고도 여야 간 대치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
내년엔 총선이, 그다음 해에는 대선이 있다. 정치권의 각종 이해관계에 부딪혀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우리 금융산업은 얼마나 또 밀려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정치가 금융을 한다”는 금융권 인사의 자조 섞인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yashin@seoul.co.kr
2015-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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