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공 조건은/박재홍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공 조건은/박재홍 산업부 기자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5-06-30 23:34
수정 2015-07-01 01: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박재홍 산업부 기자
박재홍 산업부 기자
30일 세종시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SK그룹이 함께 주도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우리나라에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총 14곳으로 늘었다. 이제 예정대로라면 울산(현대중공업)과 인천(한진그룹), 서울(CJ그룹)만이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삼성그룹과 함께 대구에 처음으로 문을 열면서 시작된 혁신센터는 이후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잇따라 문을 열었다. 지역별 혁신센터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하나씩 맡는 형태로 이뤄졌다. 예를 들면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혁신센터를 주도했고 가장 최근 문을 연 제주도의 혁신센터는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맡는 식이다. 올해 안에 계획된 지역들에서 혁신센터가 모두 문을 열면 2년도 되지 않아 전국 17개 지역에 혁신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정부는 지역 주도로 특화 전략산업을 선정한 뒤 혁신센터를 통해 해당 분야와 관련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및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내세운다. 이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우수 아이디어 3000건, 창업기업 200개, 보육기업 400개도 함께 만든다는 목표다.

정부의 주도 아래 대기업들이 각 지역을 허브로 중소·중견기업들을 직접 육성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산업들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경북=전자’ ‘울산=중공업’처럼 이제는 지역별 특화 산업이 있고 이들 지역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을 육성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도 거의 모든 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며 혁신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혁신센터가 이 같은 목표를 과연 이룰 수 있을지 여부다. 벌써부터 불안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번 혁신센터 계획에 참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민간 기업들과 함께 개발계획을 짠다면 계획 초기단계부터 기업들을 불러 모아 방향을 의논하는 게 보통”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혁신센터에 참여한 일부 기업들은 이미 만들어진 계획에 무조건 참여하라며 거의 ‘통보’를 받다시피 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계획을 세운 뒤 정작 실무는 해당 기업에 모두 떠넘기면서 대외적으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게 유도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혁신센터를 맡은 기업들끼리 준비 과정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마음에 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해 9월 대구 혁신센터로 첫 문을 열었을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한마디로 삼성이 책임지고 창업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당 기업에 전권을 맡겨 자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혁신센터 주도는 우리가 하지만 책임은 너희(대기업)가 져라”라고 들리는 건 왜일까?

maeno@seoul.co.kr
2015-07-0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